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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리뷰

성형 강국 한국,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먹고 자라는 외모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Lookism)란 외관을 보고서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거나 차별을 가하는 것으로 외모 차별주의와 같은 말이다. 외모지상주의는 1970년대에 처음 미국 언론에서 사용되었으며 2000년에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William Safire가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면서 그 단어가 더욱 알려졌다. 1970년대부터 부각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와 함께 외모지상주의는 더욱 부상한 듯 보인다.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를 정책적으로서 도입하게 된 전환점은 20세기 말 아시아 경제 위기를 겪은 한국의 IMF 사태 이후로, IMF는 한국이 서구의 민영화된 자유 시장의 모습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했다. 결국, 그러한 정책이 IMF 극복에 도움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노동자가 보호받던 이전과 달리 기업은 마음대로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 훨씬 쉬워져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실업자가 80만 5000명에 달하기까지 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의 나라이지만 그것에 비해 인구수가 굉장히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면접관들이 혹할 수 있는 학교 성적, 영어 성적, 대외 활동뿐만 아니라 외모까지도 더 완벽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외적 아름다움도 스펙으로 간주하는 환경 속에서 그 니즈에 맞게 한국은 성형외과 강국으로 부상한다. 

 

  한국의 “뷰티 벨트(Beauty Belt)” 혹은 농담삼아 한국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라고 불리는 강남은 어느 지역에는 1 제곱 마일 당 400~500개의 성형외과가 있다고 할 정도이다. 2011년, International Society of Aesthetic Plastic Surgeons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성형 시술이 가장 많이 진행되는 나라로 한국이 꼽혔다. 한국 사람들에게 성형 수술은 보편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보는 한국인의 성형 수술에 대한 인식과 한국인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성형 수술에 대한 관점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서양인들은 그저 단순하게 아시아인들이 서양화된 외모에 대한 열망으로 성형 수술을 진행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미국에사는 한국인이 서양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동양적인 모습을 지우고 서양 문화에 적응하고 그들의 서클 안에 들어가는 수단으로 “그들과 닮음"을 추구하여 성형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아무도 성형 상담에 가서 “서양인처럼 만들어주세요”라는 식으로 요청하지 않는다. 성형외과 수술은 서양적인 얼굴을 갖고 싶다기보다는 서구화된 삶, 즉, 현대적이고 부유한 삶에 대한 욕망을 이루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으로 타인이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기도 한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만 봐도 노래는 잘 부르지만 뚱뚱해서 백 스테이지에서 목소리만 내는 가수인 주인공 “한나"가 결국 성형 수술을 하고 데뷔를 하여 당당하게 무대에 서고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사랑도 얻는다. 요즘, 성형 수술은 “취업 성형"이라고 부를 만큼 커리어를 위한 자기 계발로 간주될 정도이고, 인간관계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외모를 가꾸는 수단으로써 작용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부모님의 권유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심하게는, 코 수술과 쌍꺼풀 수술이 한국 10대 학생들의 졸업 선물이 되기도 한다. 

 

  앞서 말했 듯이 신자유주의와 함께 자유시장에서 취업을 더 잘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외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성형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받을 예정인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성형 수술을 받는 가장 주요한 이유를 조사했을 때, 취업을 위해서 보다는 순수히 자기 외모에 대한 불만족인 경우가 더 많았다. 한국의 성형 수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인데 그렇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유전적 진화적으로 얼굴이 못난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말인 것일까? 아니다. 자신의 외모에 불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은 소셜 미디어 사용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외모지상주의가 사회 만연에 널려있는 것은 소셜 미디어의 보급이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자신할 수 있다.

 

  2020년 1월 기준, 어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대비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유저 수가 가장 많은 나라 3개 중에 속한다. 또한, 2012년 이후로 2018년까지 한국의 소셜 미디어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을 습득한다. 가장 먼저, 소셜 미디어에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광고물을 보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광고들은 우리의 외모에 대한 생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광고를 눈여겨보지 않고 관심 없는 것들을 거의 흘려보내고 있으며 기억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따금씩 팝업 되는 광고들이 나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는 일들은 거의 없을 거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조금 더 무섭다. 우리는 광고를 8% 정도 의식적으로 소비하고 있고 나머지는 뇌 깊숙한 곳에 무의식 속에 박힌다. 광고가 우리의 무의식 속에 머물고 있고 프로세싱되고 있으며 우리는 그러한 환경에서 헤엄치고 있다. 이것은 해로운 환경 문화이며 이것이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 광고는 단순히 프로덕트를 파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치, 이미지, 성공, 섹슈얼리티 등을 팔고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이상적인 여성의 미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세뇌시키며 이 제품을 써야 당신의 문제점을 해결해 더 예뻐질 수 있고 광고 속 모델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광고한다. 물론 남성 제품도 많지만 여성 뷰티 제품이 훨씬 더 많다. 

 

  소셜 미디어 속 광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광고 속 모델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피부가 하얗고 몸은 스키니하며 눈이 크고 전체적으로 예쁜 세상에 극 소수일 것 같은 사람들을 모델로 쓴다. 우선 그들도 대부분 성형을 한 사람들이고 심지어 광고에 내보낼 때는 포토샵으로 전처리를 하여 내보내기 때문에 사실은 그 사람은 인공적으로 건설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이상적인 이미지를 가르치고 우리는 그런 광고들을 보며 스스로를 평가한다. 광고는 우리의 신체를 사물 혹은 대상으로 취급하고,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알게 모르게 자존감에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표준이라고 생각되는 미모에 부합하기 위해 화장을 하고 외모에 쓰는 시간을 더 늘리며 성형 수술을 한다. 어떤 광고들은 못난 외모를 비하하기도 한다. 광고주들은 소비자들이 그들 스스로가 부족함을 느끼고 자신의 제품을 사길 원하기 때문에 경제적 이윤을 위해서 그러한 광고 마케팅을 이용한다.

 

  소셜미디어는 광고 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포스팅 자체로도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소셜미디어 속 포스트의 사람들은 대부분 가상의 자신이 이상의 미에 부합하길 원하며 포토샵 앱 등을 이용해 자신의 얼굴을 좀 더 작게 만들고 눈을 키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포스트들에 눌리는 “좋아요"의 수나 그것이 칭찬의 말이든 아니든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코멘트이다. 흔히 팔로워 수가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모두 하나같이 사회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만족하는 듯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고 그들은 부유해 보이며 인기가 많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러한 인플루언서들의 포스트를 보고 예쁘고 멋진 외모가 성공과 인기에 직결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외모지상주의는 끊을 수 없는 굴레로 더 견고해진다. 이에 이미 예쁜 사람들도 더 예뻐지기를 원하고 결국 미적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성형은 결국 대중적 문화가 낳은 부산물이고 이는 많은 사람들이 획일화된 어떤 미의 공식을 따르도록 부추겨 “다양성"을 죽인다.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이 되어야 할 첫번째 스텝은 이를 “인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본 소양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아름다움과 관련된 게시글이나 광고의 이면에 어떤 것이 암시되어 있는지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가 과한 설탕의 섭취는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알고 설탕 섭취를 좀 줄이듯, 우리를 성적 대상화시키거나 자신의 신체와는 너무 다른 외모로부터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을 과감히 언팔로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의식이 받아들일 기회조차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진화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현대의 미디어 환경에서 흘러넘치는 사회적 미의 강요는 비이성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위해 쓰는 시간과 생각의 메모리를 줄이고 스스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나의 몸이 어떠한 기능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건강한 “나"를 만드는 것을 도울 것이며 더 나아가 사회 전반적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의 광고와 포스트들은 사람들을 항상 이상적 미에 도달하지 못한 실패자로 만들고 이는 사람들이 성형이나 시술을 하는 것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게 만든다. 이는 스스로의 정신 건강 심지어는 육체 건강까지 해치기도 하며 외모 강박에 사로잡혀 생산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허구를 인지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특히 여성들은 그들이 “대상화”되는 것을 항상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식적으로 자신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포스트들을 멀리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불만감을 느낄 때는 그 생각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나의 튼튼한 신체로 어떠한 일을 해낼 수 있고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혹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좋다.

 

 

References

 

1. Engeln, Renee. 2017. “Turning Down the Volume.” In Beauty Sick: How the Cultural Obsession with Appearance Hurts Girls and Women, 256-280. New York, NY: HarperCollins Publishers Inc. https://b-ok.asia/book/5906958/94f543.

2. Killing Us Softly. Directed by Andrew Killoy, Jeremy Earp, Loretta Alper, Sut Jhally. Media Education Foundation, 2010. Accessed November 15, 2020.

3. Leem, So Yeon. 2017. “Gangnam-Style Plastic Surgery: The Science of Westernized Beauty in South Korea.” Medical Anthropology, 36:7 (August): 657-671. https://doi.org/10.1080/01459740.2017.1345904

4. Marx, Patricia. 2015. “About Face: Why is South Korea the world’s plastic-surgery capital?” THE NEW YORKER. Updated March 16, 2015.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5/03/23/about-face

5. Yong-hwa, Kim, dir. 2006. 200 Pound Beauty, South Korea: Showbox, 2006. DV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