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숙소, 카페 팁) | 태국 워케이션(1)
워케이션(Work + Vacation). 그거 그냥 놀러 가서 일하는 척 인스타에 사진 올리는 그거 아니야?!
어디에서 퍼온 말이다. 처음 워케이션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서 정말 일이 되기는 할까? 반신반의하면서 비행기 티켓을 샀다.
큰일이다. 원래대로라면 제품 데모 데드라인이 끝난 후에 가벼운 마음으로 워케이션을 떠나는 게 계획이었는데 예상보다 데드라인이 한 달 정도 미뤄져 나의 워케이션 기간과 겹치게 되었다. 나는 앞선 선입견을 가진 사람 중 하나였기에 과연 진짜 해외 여행지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비행기와 숙소를 연기하는 방법도 찾아보았지만 그렇게 되면 최소 몇십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 일단 일정 변경은 하지 않기로 한다.
과연 그녀의 운명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정말 일밖에 안 할 때는 일만 할 정도로 상당히 집중도 있게 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 며칠 휴가를 써서 관광객 모드로 여행도 충분히 즐기고 올 수 있었다. 집중해서 일하다가도 밥 먹으러 식당에 가면 갑자기 여행하러 온 느낌이 확 나면서 여유로운 느낌을 만끽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하다가 머리 식힐 겸 주변을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 워케이션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일의 집중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3가지 정도의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요구되는 업무 강도 - 일이 진짜 진짜 바쁜가
일이 너무 바쁘면 다른 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말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다.
2. 경제적 여유 - 부담이 크게 되지 않는 선의 경비
만약 금전적 부담이 되는 여행지에 방문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지낸다고 상상해보자. 소비한 비용에 대한 보상 심리가 발동되어서 일에 온전히 집중을 못 하고 얼른 놀러 나가고 싶을 수 있다. 나는 얼추 계산해보니 태국에서 한 달 쓴 비용이나 한국에서 한 달 소비하는 정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 더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3. 업무 환경 -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는가
타임존, 네트워크 환경, 편한 의자와 책상, 업무 장비 등은 워케이션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1번 업무 강도는 나의 컨트롤 밖일 수 있지만 2번 경비나 3번 업무 환경의 경우 내가 선택하여 움직일 수 있는 변수이다. 그런 의미에서 태국은 물가도 저렴하고 한국과 시차도 2시간밖에 나지 않고 차 렌트 없이도 여기저기 다니기 아주 수월하며 카페도 많고 네트워크 환경도 좋은 편이다. 태국 안에서도 일 하기 좋은 워킹 스페이스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며 그전에 있어 업무 장비도 짱짱할수록 좋은 것은 당연지사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업무 장비, 구매했던 유심, 일 하기 괜찮은 숙소나 카페를 찾는 방법, 일해 본 코워킹 스페이스, 경비 등을 아래에 간단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리모트 근무의 필수 기초 아이템
- 랩탑
- 보조 배터리
- 포터블 모니터 (LG gram 포터블 모니터)
- 마이크 달린 헤드셋 (Jabra Evolve2 30: 스피커 음질은 고급은 아닌데 마이크 노이즈 캔슬링이 아주 뛰어나 미팅할 때 잡음을 아주 잘 잡아준다. 미팅에 들어오시는 분들의 귀가 행복해질 수 있다.)
유심
- 제일 안정적이라고 소문난 AIS 유심을 구매했다. 나는 태국에 도착해서 백화점에 있는 AIS 통신사 가서 한 달 쓸 거라고 하니까 30GB짜리 유심을 줬다. 가격은 599밧(22,500원). 통화나 데이터를 다 쓰면 my AIS 앱을 통해 충전해서 쓸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 쿠팡에서 미리 AIS 유심을 구매해 태국 가서 모자라면 충전해서 쓰는 식으로 하면 베스트인 것 같다.
숙소 고르는 팁
- 구글맵에서 찾기
- 구글맵 상단에 Hotels > More Filters 클릭
- 체크인, 체크아웃 기간 설정하고 가격은 25,000원~45,000원/1박으로 하고 rating은 4.5 at least, Amenities로 Free wifi 필터 적용하면 어느 정도 싸고 괜찮은 호텔들을 쭉 리스트로 볼 수 있다. 사진을 보고 편해 보이는 의자와 책상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숙소 느낌이 깔끔한지를 보고 고르면 된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인지 의자가 낮고 책상이 높지는 않은지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 에어비앤비에서 찾기
- wifi, dedicated workspace 필터링을 걸어서 찾는다. Dedicated workspace 필터를 걸어도 일할 수 있는 높이의 책상이 정말 있는 건지 더블체크가 필요하니 주의할 것.
- 또는, 좋다고 소문난 콘도를 구글에서 먼저 조사한 다음에 그 콘도의 위치를 정확히 에어비앤비 맵에서 찾아내 그 방을 예약한다. 에어비앤비에는 호스트가 콘도 이름을 직접적으로 올리지 않기 때문에 에어비앤비 지도에서 콘도 위치로 이동해 그 위치에 올라온 방을 확인해보는 방법이다.
- 구글맵 vs 에어비앤비
- 원하는 콘도가 정확하게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에어비앤비보다 구글맵에서 호텔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태국 한정) 비슷한 가격대를 놓고 둘이 비교했을 때 호텔이 훨씬 퀄리티가 좋다. 내 경험상 에어비앤비에서 평도 좋고 사진도 나쁘지 않아 한 달 부킹을 했는데 실제로 집에 가보니 집에서 냄새가 너무 나고 사진과 달리 오래된 집 느낌에 화장실 휴지 조차도 없었기에 좋은 리뷰를 믿을 것이 못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발리는 에어비앤비로 구하는 게 더 가성비 좋게 구할 수 있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비슷한 가격에 호텔은 방도 치워주고 물도 주고 얼마나 좋은가..
- 팁
- 1달 살기 중이라면 같은 곳에 계속 머물기 지루할 수 있으니 며칠~일주일 단위로 장소를 이동해가며 살아보는 것이 좋다. 오히려 1~2달 이상 거주하고 직접 발품도 팔 수 있는 상황이라면 renthub 같은 곳에서 숙소를 싸게 구해보거나 호텔/에어비엔비에서 장기 예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어디에 숙소를 잡을지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방콕은 웬만한 거리는 몇 천 원 안으로 바이크 택시를 타고 갈 수 있으니 참고하자. 에까마이 버스 터미널 같은 버스 터미널에 가면 파타야까지 가는 버스도 꽤 자주 많이 있는 편이라 파타야에 가서도 며칠 머물러 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구글맵으로 호텔 검색해서 여기저기 지내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중에 태국에서 묵었던 숙소들에 대해서도 공유해보겠다!
- 원화 결제가 아니라 현지 통화로 결제할 것!
카페 고르는 팁
- 숙소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구글맵에서 coffee shops to work라고 검색하고서 top rated로 필터링 건다.
- 검색 결과 리스트의 카페 내부 사진들을 보고 최소한 일을 할 수 있는 높이의 책상과 의자가 있는 곳으로 간다.
- 개인적으로 카페 크기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카페 크기가 작으면 눈치 보인다고 느낄 수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음료 한 잔을 다 마시고 새로 마시고 싶으면 카페를 다른 데로 옮기거나, 음료 다 마시고서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쯤 짐 챙겨서 화장실을 들렀다가 그대로 다른 카페로 자리를 뜨는 편이라 카페에 오래 머물지 않아서 딱히 눈치 보일 일이 많지 않았다.
- 캐시를 받는 곳이 많으니 참고할 것!
코워킹 스페이스
- Thailand Creative & Design Center (TCDC)
- 가격: 100밧/day (3,770원/day)
- 시간: 10:30 AM–7PM (월요일 휴무)
- 특징: 공간이 크고 일할 수 있는 곳이 구석구석 있음. 아이맥도 몇 대 있고 책도 볼 수 있음. 에어컨 빵빵해서 추우니 겉옷 필요.
- The Great Room Gaysorn Tower
- 가격: 950밧/day (35,770원/day)
- 시간: 9AM–6PM (주말 휴무)
- 특징: 음료 무료 2잔 제공. TCDC보다 비싸고 공간도 더 작은 느낌이다. 둘만 놓고 비교했을 때는 TCDC가 훨씬 좋았다.
- 그 외 의외로 일하기 괜찮았던 곳들
- 숙소 로비
- 해변가
달리는 썽태우 위(?)
경비
- 비행기 왕복 티켓: 45만 원
- 숙소: 120만 원
- 식비: 40만 원
- 교통비: 26만 원
- 통신비: 3만 원
- 운동비: 4만 원
- 기타(비상금, 쇼핑, 마사지, 액티비티 등): 40만 원
- 총: 약 280만 원 👉🏼 지내면서 1박 정도는 좋은 곳에 머물러도 보고, 비싼 밥도 여러 번 먹고, 관광하면서 액티비티 비용도 들고, 지인들 선물 비용, 마사지 비용 등등 풍족하게 쓴 결과이다. 쓰는 사람에 따라 훨씬 더 아껴서 다녀올 수 있다.
정리
번아웃이 이미 왔거나 올 수 있는 상황에서 워케이션을 떠나는 것은 상당히 좋은 처방전이 될 수 있기에 이런 문화를 장려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음에 아주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당연히 집이나 오피스만큼 업무 환경이 갖춰진 것은 아니어서 효율성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업무 처리량이 집에서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사람들마다 워케이션에 대한 만족도나 생각이 모두 다르겠지만 주변 경험자들의 이야기에 비추어보면 타임존으로 힘든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아주 만족하고 있다는 결론이 났다.